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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아카이브 [INTERVIEW] 추억을 기록하는 1인 출판사 : 아홉 프레스 박지현 대표
2023-05-16 / 글지마

PLATFORM P 웹진의 ‘INTERVIEW’ 시리즈는 세 명의 인터뷰어(글지마, 정유민, 조현익)가 각각 소규모 출판사, 편집자, 북디자이너를 만나 각자의 작업에 대해 들어보는 연재입니다. 그 첫번째 인터뷰는 글지마 작가가 만난 아홉 프레스의 박지현 대표 이야기입니다. 

 

 

 

 


추억을 기록하는 1인 출판사
아홉 프레스 박지현 대표

독립출판이 등장한 이래로 ‘나만의 책 만들기’는 인생 버킷리스트가 아닌 도전해볼 만한 창작 활동이 된 지 오래다. 독립출판물 제작과 1인 출판사 창업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예비 창작자들은 관련 워크숍을 듣고자 기꺼이 주말이나 평일 저녁 시간을 할애하는 추세이다.
항상 정보에 목말라 있는 예비 창작자나 출판 사업자에게 단비 같은 이야기를 전달해 줄 박지현 작가를 PLATFORM-P에서 만났다. 박지현 작가는 2017년 독립출판 클래스 수강을 계기로, 현재는 출판사 ‘아홉 프레스’의 대표이자 독립출판 작가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 6년간 독립출판 작가, 팟캐스트 진행자, 출판사 대표, 출판 강연자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인 출판사 아홉 프레스를 운영하는 박지현입니다. 현재는 초중고 도서관에서 독립출판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고, 독립서점과 함께하는 ‘나만의 책 만들기’ 수업은 햇수로 5년째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처음 독립출판을 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졸업하고 뭐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인천 틈 문화창작지대’와 ‘북극서점’이 함께 진행했던 출판 교육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고, 이번 기회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참여했어요
그때는 작가로서 활동한다기보다는 단순히 “나의 예전 동네 이야기를 써봐야지.”라고 했던 것을 첫 번째 책 ⟪나의 포근했던 아현동⟫으로 만들게 됐었어요.

처음에는 책 판매는 염두를 안 하신 건가요?
전혀요. 정말 포트폴리오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책이 나오고 ‘북극서점’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어주었어요. 수강생들의 책을 소개하는 전시를요. 그곳에서 방문객을 만나고, 작가님들과 소통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활동도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그럼 그때부터 전업 작가를 꿈꾸셨나요?
아뇨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지금처럼 독립출판 작가로 활동하고 있을 거라 전혀 예상 못 했고, 현재도 제가 전업 작가라고 생각은 안 해요. 저는 오히려 출판사 사업체를 만드는 것이 작가로서의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좋다고 생각해서 바로 개인 사업자를 신청했었습니다.

그렇군요. 작가님은 동양화를 전공하셨는데, 미술 전공이 독립출판할 때 영향을 미친 점이 있을까요?
책 표지나 내지를 도화지처럼 활용했다는 점이 전공자로서의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사진이나 글 배치를 일반적이지 않게 예를 들어, 글자도 막 구겨 넣어 보고 그림도 찢어 보고. 이런 다양한 형태로 변주해 볼 수 있었거든요.

독립출판을 망설이거나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조언이 있으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독립 출판이잖아요. 조언까지는 아니고 팁이라면, 디자인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시면 좋아요. 모은 레퍼런스를 보면서 “나라면 이 주제를 종이에 어떻게 배치할까?”를 상상해 보거든요. 글자를 여기저기로 옮기고, 표지 색깔도 바꿔보고 하면서 하루에 한 작품씩은 만들어봤어요. 그러다 보면 디자이너가 왜 그런 디자인을 했는지 보이거든요. 저는 이런 식으로 공부하고 많이 배웠어요.

독립출판은 한 명 혹은 소규모의 인원이 기획자, 작가, 편집자, 마케터 등의 역할을 소화해 내야 하잖아요. 다양한 페르소나를 구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작가님은 어떤 역할을 가장 좋아하고 힘들어하시나요?
다 좋긴 하지만, 저는 ‘작가이면서 홍보하는 편집자’가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이 역할들이 한 덩어리라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힘든 역할은 아무래도 작가인 것 같아요. 글을 쓰고 계속 생각하는 과정은 즐거운데, 글이 안 나올 때는 사람이 미쳐버린단 말이에요. (웃음) 마음을 다잡고 글을 쓰는 시간을 버티는 게 생각보다 힘들어요.

글이 너무 안 나올 때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저는 일단 걸어요. 산책하고 카페에 앉아서 창밖의 행인을 지켜봐요. 혼자 방 안에 있는다고 글이 떠오르거나 문제가 해결되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밖으로 나오는 편입니다.

글 쓰실 때 마감을 정해두는 편이신가요?
원래는 마감을 정해두는 편이었는데, 한 2-3년 지나니까 오히려 그동안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고 편집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대략적인 마감만 정해두고, 세부적인 기한은 안 정해둬요. 출판을 여러 번 하다 보니까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만든 책이 결과적으로 더 좋기도 해서.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원고를 고치는 방식이 요즘엔 맞는 것 같아요.

매년 신작을 발표하고 계신데요.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기까지의 간단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일단은 기획을 제일 먼저 해요. 출판에 앞서 예전에 적어놨던 아이디어를 살펴보고 주제를 하나로 좁힙니다. 저는 만듦새부터 정하고 원고를 들어가는 편이라, 이때부터 판형을 잘라봐요. A4 용지를 가져다가 기본 판형부터 다양한 판형까지 다 잘라보거든요. 그렇게 30장 정도를 잘라보고, 알맞은 판형을 선택한 다음에 그걸 책상 위에 두고 원고를 작성해요. 표지 디자인은 집필할 때 같이해요.
마지막으로 내지 편집을 마치고 샘플 책을 뽑아보는데, 요즘에는 아예 대량 인쇄소와 미팅을 잡고 그곳에서 가제본까지 받는 편이에요. 그다음 인쇄 기간에는 독립출판 서점 중에 입고할 곳을 찾아보고, 홍보 자료 수집하고, 행사 진행하고, 유통을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저는 4년 정도 걸린 것 같은데요. 출판할 때마다 이전 방식과 다르게 새로운 책을 만들고 싶어서 이런저런 실험을 하느라 오래 걸린 것 같아요. 아마 나만의 익숙한 판형을 만들어 두시면 그래도 1년이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2018년에 출판사 ‘아홉 프레스’를 설립하셨죠. 창작자에서 사업체 운영자가 되기까지 큰 마음가짐이 필요했다고 느껴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저는 첫 책 ⟪나의 포근했던 아현동⟫을 100권 뽑으면서 출판사를 함께 만들었어요. 왜냐하면 출판사가 없으면 이런 활동이 취미에 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업자라는 건 본격적이잖아요. 세금 신고도 해야 하고, 다른 서점들과도 회사로서 마주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도전하겠다는 의미에서 출판사 ‘아홉 프레스’를 설립했었습니다.
 

 

출판사 대표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확실히 수익 구조가 제일 중요하죠. 저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 일을 하고, 일을 하면서 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항상 출판 사업자 통장에서 예산을 따로 빼놔요. 그걸 언제 어디서든 출판 비용으로 쓸 수 있게끔 말이에요. 가끔 그 사업자 통장이 비기도 하는데 (웃음) 비어 있으면 “일을 더 해야지!”라는 원동력이 생기기도 하고요.

독립출판은 제작비를 스스로 충당해야 하며, 입고 이후 책이 팔렸을 때 서점에게 정산받는 구조이다 보니 수입이 불안정하다고 느껴지는데요. 그로 인한 불안감을 작가님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저는 북토크, 전시 같은 프로모션에 집중해요. 계속 사람들에게 책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에 가는 것 같아요. 또 그런 행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래도 내 책을 계속 기다리고,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라는 생각에 불안감이 지워지고 “다음 작업은 또 뭐 하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수입이 불안정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끊임없이 찾아봐요. 지금까지 해왔던 출판 워크숍을 제외하고, 요즘에는 노션을 이용해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 러닝메이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새로운 기획을 세우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프로N잡러이시기도 합니다. 출판 클래스는 물론 최근에는 예비 창작자의 창작을 응원하는 활동도 하고 계신데요. 이러한 네트워크가 창작의 지속성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요. 저는 스스로 ‘작가’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에 만난 동료 작가님들의 역할이 굉장히 컸거든요. 주변 사람들도 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창작자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더 나아가서 서점 대표님들과도 교류가 이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창작의 지속을 위해 동료 작가와의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런 동료들은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일단 북페어에서 제일 많이 만들 수 있죠. 북페어 나가면 독자분, 혹은 예비 작가님들도 되게 많이 오잖아요. 저는 그분들에게 궁금하신 거 있으면 인스타그램으로 연락 달라고 말씀드리는데, 그게 네트워킹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출판이나 글쓰기 워크숍도 들어보고, 함께 참여한 분들과 같이 꿈도 키워나가고. 그런 동료가 있으면 길게 활동할 수 있으니까요. 북페어에서 인연을 맺으셔도 좋습니다.

독립출판을 준비하는 창작자나 예비 출판사 대표들을 위해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시다면?
내 이야기와 가장 적합한 형태의 장르를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출판 수업을 할 때도 느꼈지만, 수강생분들이 에세이나 시로 작업했던 것들을 동화나 그림책, 사진집으로 바꿔서 출판했을 때 훨씬 반응이 좋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내 이야기를 독자에게 더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르나 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또 인쇄소 미팅도 직접 가서 경험하는 게 되게 중요해요. 아예 생판 모르고 가면 더 좋아요. 부장님에게 계속 질문하면 그분들 입장에서는 “이 사람은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줘야겠구나.” 하고 더 많이 알려주시거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만든 책 한 권’을 마주하는 일이에요. 휴대폰이나 노트에 메모해 둔 글이라도 꺼내서 무조건 책을 만들어보세요.

*아홉프레스 인스타그램
*아홉프레스 소개 페이지

 

글지마 
‘글쓰기를 멈추지 마’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이다. 좋은 소설 쓰는, 참 독한 작가를 꿈꾼다. 꾸준히 1인 출판하며 매주 금요일에는 팟캐스트 [크래커스 북]을 통해 청취자를 만나고 있다.